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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따로 산행

而山
2009.11.12 10:30 1,1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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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내가 화를 내며 비난했던 한날 따로따로 산행이 이번에 거꾸로 내가 패를 나눈다는 비난이 있다. 나도 참 쪽 팔리는 짓이다.

모든 조직에는 특수성과 보편성이 있다. 산악회도 마찬가지다.
조지아 산악회도 창립 목적인 ‘등산기술의 연마, 보급’이라는 특수성과 ‘회원간의 친목도모’라는 보편성이 있다.
나는 서구 알피니즘에 기반을 둔 특수성에 40여년간 매달려 왔다. 내게는 특수성이 아니라 당연성이었다.
그래서 회원들도 그 쪽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는 노력과 아집을 보였다.
하지만 말 짱 꽝이었다. 애당초 나침반 셋팅을 잘못한 세월이었다. 특히 이민사회에선 소 귀에 경읽기였다. 산에서 오름 짓이 등반(四肢를 이용한 오름)은 없고 때론 등산도 아니며 입산수준의 산행으로 운행되는 때가 많았다. 모든 산악운동은 건강증진 목적으로 귀결되었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러한 흐름 속에 혼자인 나도 알피니즘이라는 외래종교에 대한 신앙심을 묻어 두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다행인 것은 우리 선조들의 풍류도 와 화랑들의 유전자가 나의 산행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피니즘의 산에 대한 도전대신에 조상선비들이 추구하던 안식과 평화와 자유를 산에서 찾았다.
그간 알피니즘의 도그마에 갇혀 산의 높이만 보았지 깊이를 보지 못한 세월이 지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이와 체력 탓도 있지만 산 중턱 아래에도 알콩달콩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산행을 했다. 정상의 성취감은 단발성이지만 산아래 즐거움은 멀티오르가즘이었다.

그런데 요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던지는 그룹들이 생겼다.
바위와 고산을 오르고 싶다는 그룹이다.
나의 식었던 피가 다시 끓는 것은 아니지만 소명의식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바위부터 붙자. 내가 선등으로 리드는 못하지만 기초는 바로 잡아주겠다. 그리고 진도에 따라 필요한 인스트럭터를 부쳐주겠다는 일정으로 시작하였다. 그런 교육은 한 두번 훈련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번 일요 산행 때 답사팀과 바위팀이 따로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답사팀에 가야 할 회장이 바위팀에 합류하고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나타나서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있었는가 봅니다. 저마저도 다리가 아파서 못 간다 해 놓고 그 팀과 같이 지내다 왔으니 의아하게 생각했을 줄 믿습니다. 이해가 갑니다. 그날은 바위팀이 탈루라계곡 댐의 방류로 클라이밍을 못하게 되었다고 전화가 와서 중간에서 만나 다른 바위를 찾아 간 겁니다. 나는 다리통증 때문에 근처를 배회하다 귀가 때 다시 만나 하산주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무릎이 아프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바위 팀에 갔을 겁니다. 핑계대거나 속이고 간 것이 아닙니다.

2년 전 따로 산행은 같은 형태의 산행을 같은 지역으로 따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워킹과 클라이밍입니다. 같이하면 서로가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오래 전엔 정기산행 때 암벽등반을 했습니다. 죽도 밥도 아니다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암벽등반팀에 집착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우리들의 체험을 전수하여 줄 기회가 많지 않을 거라는 조바심입니다. 산악회내의 엘리트그룹을 키우자는 게 아닙니다.
음악엔 뽕짝도 있고 가곡도 있습니다. 우리 산악회 알파인 밴드에 기타, 올겐, 드럼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지만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도록 다듬는 연습을 무수히 헸습니다. 이런 개개 의 특색과 장르가 아우러진 것을 음악이라 부르듯 등반엔 클라이밍도 한 몫의 가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알파인 밴드에서 올겐과 드럼이 빠지고 3명이 기타만 튕기니 좀 이상했잖아요? 결국은 팀이 해체되는 결과까지 갔구요.
우리가 사는 미국엔 Hiker, Climber, Backpacker, Mountaineering 등이 공존합니다. 서로 장르가 다를 뿐 우열관계가 아닙니다.
우리 산악회도 다양성 있는 메뉴로 회원들의 입맛을 맞추자는 공감대가 있어 산행 외적인 회원행사도 치룹니다. 일요, 토요산행도 그런 취지에서 실시되었습니다.
바위팀도 우리와 소속과 뿌리는 같지만 산에 가는 취향만 다른 겁니다. 다만 숙련자가 되려면 반복훈련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배우겠다는 그들이 대견스럽잖아요? 열심히 훈련에 임하도록 격려해 주세요. 머지않아 산악회의 간성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그간 산악회 일에 열심히 앞장 서 다녔잖아요, 이젠 여러분들도 역할분담 좀 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 이것도 한번 좀 생각해 보세요.
수십 명 떼거리로 산에 가는 것 말입니다.
일사불란함을 자랑하며 우르르 줄지어 산행하는 것을 아름다운 전통이라 믿는 것이 우리들 모습입니다.
우리같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산행하는 미국인들을 보신적 있으세요? 아니면 어느 타민족이라도 떼거리로 만난 적 있으세요?
우리 같은 떼거리 산행은 미국의 산행문화가 아님을 그들의 놀란 눈으로 확인되지요.
일부 트레일은 그룹인원을 10명정도로 제한하는 곳도 있지요.
무조건 인원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지난번 가을 캠핑때, 와글와글 사람들 많았지요?
산악회를 위하여 일할 재목이 있는가 찬찬히 훑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년에 한번 와서 마시고 먹고 떠들다가 가고 말 사람들이었습니다.
왠지 씁쓸함은 나만의 느낌인지….나만의 심술인지….나이 탓인지….그냥 넋두리인지….

하여튼 여러분과는 다른 엇박자 적인 소리나 행동이 있을지라도 저의 산악회 사랑에 대한 충정은 여전히 변함 없습니다.

댓글목록 2

PonyTail님의 댓글

PonyTail 2009.11.12 12:04
제가 LA에 가보니
그곳은 금요팀-토요팀-일요팀 등등
그리고 랔크라임팀-캠핑팀 등등 종류도 많고 회장도 많더라구요...

저 같이 홀애비인 경우에 애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도 어른들과 발 맞추기도 힘들고
저희 산행 멤버 중 많은 분이 관절에 조금씩 고장(?)이 나고 있는데
다른 분들께 페가 될까 못 나오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장거리 팀과 단거리 팀은 어쩔련지요???

떼거리?
LA-시카고-뉴욕팀들은 버스로 가요...
떼거리는 차라리 자랑 스럽던데요...^^

다음에 이사회 때에 이사님들 모이시기전에 연구하셔서 좋은 의견 좀 내놓으세요~~~~~~^^

김삿갓님의 댓글

김삿갓 2009.11.12 21:18
음악도 도-레-미-파-솔-라-시-도 각기 다른 음들이 조화를 이를때는 음절이 되어지고, 듣기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듯, 저희 산악회도 선배님들의 그런 모습을 후배들이 잘 따라가는 산악회를 거듭날것으로 생각합니다.
항시 산악회를 위하시는 충정심에 감사드리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네요.
가자, 오르자, 산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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