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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간 9정맥 함께 완주한 조영진-김정순 부부

이만호
2005.04.04 05:01 1,6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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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화합엔 백두대간 종주가 최고”

1대간 9정맥은 총연장이 무려 3,200km(Appalachian트레일은 3,400km-편집자 주)로, 서울~부산 간의 7배쯤 되는 기나긴, 게다가 험난한 산길이다. 조영진(58)-김정순(46) 부부는 이 긴 길을 함께 밟았다. 단 한 구간도 부부 함께가 아닌 적이 없었다고 한다. 너무 고달파 부둥켜안고 운 적도 있다. 힘든 곳에서 손을 잡아주며 눈길을 마주친 적이 또한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연분으로 맺어졌다며 부부는 손을 잡는다.

남편 조씨는 이미 10여 년 전 골프를 접고 등산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는 우연히 지리산에서 다만 사람을 걷게 하는 것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해준다는 기인을 알게 되었다. 척추디스크를 앓은 지 7년 된 사람도 그의 치료를 받고 나았다고 말했다. 치료는 무슨 특별한 요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걷게 하는 것뿐이었다. 운동장을 자신이 가르쳐준 요령대로 똑바로 걷게 한 뒤 익숙해지면 그 다음엔 하루 종일 지리산을 타게 했다. 1주일을 해보고 느낌이 좋아서 조씨는 부인도 데리고 갔다.

“그 때 집사람이 160cm도 안되는 키에 체중이 72kg이나 나갔어요. 살이 쪄서 팔이 몸에 붙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약물중독에 고지혈증까지 뭐 안 좋은 데가 한둘이 아니라, 안되겠다, 당신 등산해야 한다면서 끌고 갔어요.”

지리산 도인에게 1주일씩 세 번 반복 가르침을 받은 뒤 부인도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그러다 거인산악회 이구 대장을 만났다. 2000년 1월 마침 거인산악회가 제6차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제가 그랬어요. 부인은 절대 완주 못한다, 저 몸 가지고야 완주는 고사하고 절반만 해도 대성공이다, 그랬단 말이죠. 대개 대간종주는 시작은 80명 정도가 하지만 완주 마치는 사람은 20명 정도뿐이라. 하루에 20~30km씩 걷는다는 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야, 김 여사 지독하데요.”

그 몸으로 김정순씨는 한 달에 두 번씩 1년6개월간을 끝까지 따라붙었다. 토요일 밤 11시에 출발해 새벽 4시경 산 밑에 도착해 곧바로 산행을 시작, 10~12시간 걸어 오후 4시경 하산하는, 하루 평균 25km를 걷는 종주산행을 하는 동안 몸에 변화가 왔다. 체중이 줄고 손발이 저리고 시리던 증상이 사라졌다.

“좀 무리해서 걸어야 건강해져요”

고치령~도래기재 구간을 끝내고 났을 때는 이변이 생기기도 했다. 의사가 수술해야 한다고 했던 자궁의 물혹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산행 시작하기 전에 아랫배가 살살 아팠어요. 뭐 그래도 산을 탔지요. 그러다 산행 도중에 소변을 봤는데 유난히 오래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고 나서는 수술 약속한 날 병원엘 갔더니 의사 말이 3cm쯤 되던 그 물혹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그뿐 아니죠. 제가 네째 딸 낳고 나서 약물 중독으로 전신에 물집이 잡혔거든요. 병원서도 이건 쉽게 안 낫는다, 수술도 안 된다고 했던 증상이었어요. 그게 또 없어지더라구요. 살은 뭐 10kg쯤 쑥 빠졌지요. 친구들이 보고, 너 살 너무 빠진다고 종합진찰 받아보라고 했을 정도로 말이죠.”

김정순씨는 결국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한 번도 낙오하지 않고 백두대간 종주를 해냈다. 힘들었을 때가 왜 없었겠는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밤 늦게까지 걸어 내려온 뒤 얼싸안고 울기도 했다고 한다.

재미가 붙은 부부는 정맥 종주를 시작했다. 역시 한 달에 두 번씩 낙동정맥 종주를 1년간 한 다음 낙남정간 6개월로 넘어갔다. 한 달에 주말이 다섯 번 있는 달의 주말 하루는 기맥 종주팀을 따라갔다. 그렇게 금남호남, 금남, 호남, 금북, 한남금북, 한남, 한북정맥까지 9정맥을 모두 밟았다. 한북정맥을 끝낸 것이 2004년 여름. 몸이 젊어져 있었다. 종합검진을 받아보니 부부 모두 모든 점에서 정상이란 결과가 나왔다. 부인의 체중은 57kg으로 줄어 있었고, 놀랍게도 생리도 다시 시작되었다. “부부 관계도 30대 때만큼 좋아지더라”고 두 사람은 고백한다.

거인산악회의 종주 속도는 대개 시간당 3km 정도라고 한다. 중간에 잠깐씩 쉴 뿐 거의 끊임없이 걷는다고 한다. 그래도 무릎이 괜찮으냐니까 아무 이상이 없다며 부부는 무릎을 쳐보인다.

“산은 참 신비로워요. 버스 안에서 자는 잠이 어디 잠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래도 무박산행으로 하루 종일 걸어도 별로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의사 선생님들은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저희 생각은 달라요. 조금 무리해야 운동이 된답니다. 6~7시간짜리 짧은 산행 하고 나면 더 피곤해요.”

이제는 산에 안 가면 병이 날 것 같아서 부부는 다시 1대간 9정맥 종주를 시작할 작정이다. 그간은 따라만 다녔지만 이제는 앞장설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산에 자신감도 붙었다.

부부는 천안과 부천에 베이직하우스 의류매장을 각각 하나씩 운영하고 있다. 큰 돈은 못 벌지만 산에 여유롭게 다닐 정도는 된다고 한다. 부모가 워낙 산에 열심으로 다니자 자녀들도 덩달아 따라나설만 하련만 세째 딸만, 그것도 한 번 “아빠 생일 선물 대신”이라고 한껏 생색을 내며 지리산 종주를 따라나선 적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노고단에서 천왕봉 거쳐 중산리까지 열세 살 여식애가 따라준 것이 기특하다는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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