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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8 00:54 1,4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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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배문성

내가 비로 내려
땅을 적시고 흙 속으로 들어가
어두운 돌 속까지 스며들어
당신께 갈 수 있다면
당신이 가리킨 산목련 한 송이라도 피워 줄 텐데

스미는 대로 손을 내밀어
얽힌 돌을 거두고 착한 흙을 모아서
젖을수록 부드러운 땅을 내놓으면
그곳에 따뜻한 햇살이 찾아오기도 할 텐데

당신이 잠들면 나는 숨소리 고르며
슬픔도 힘이 될 수 있다고
토닥이는 빗소리라도 들려줄 텐데

상처 없이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 모든 것에게 다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해 주며 같이 걸어갈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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