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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소풍간 김종석님

而山
2013.11.24 16:27 1,34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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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 살려달라는 친구의 꿈을 꾸었다.
전화가 되는 곳에 내려와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Hospice에 입원하였단다.
산에서 내려와 간병에 지친 가족들을 대신하여 친구의 곁을 지켰다.
침대옆의 보호막을 쥐어 뜯으며 밤새도록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하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몰핀 주입기 단추를 누르거나, 걷어찬 홑이불로 귀저기찬 궁둥이를 덮어주고,
진정제 주사를 놓는 간호사에게 미소 짓는 일 뿐이다.
도울 힘과 방법없이 친구의 고통을 지켜 본다는 것은 차마 할짓이 못 되었다.

밖엔 겨울비가 내린다.
지나간 세월 속 기억의 편린들이 퍼즐 맞추듯 그림이 되어 또렷이 떠 오른다.
버려진 달력의 망각된 풍경 살아나듯 선명한 추억들이다.
그와 공유한 세월이 30년이다.
산악회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그는 너무 많은 끼로 인하여 나와 마찰도 많았다.
그는 치열하게 살아 온 삶만큼이나 취미생활도 불같은 정열을 쏟아 부었다.
무슨일이던 흥미를 느끼면 기진맥진 할 때까지 매달리며 몰두하였다.
포식할 때까지 맹렬히 질주하는 맹수같았다.
정말 불광불급 정신이었다.
산악회의 근간인 산악활동외도 그는 사진, 모터싸이클, 스쿠버다이빙, 무선햄.
스키, 음악밴드, 여행등으로 회원들과 한인들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며 김종석 맨토링, 털보 마니아층을 두껍게 하였다.
특히 50여나라 뒷골목을 헤집고 다닌 사진예술과 여행에선 일가를 이루었다.
산악활동엔 나와 이견이 많았지만 내가 추진하는 프로잭트엔 결국 협조, 동조하였다.
그는 89년 적설기 백두산 등반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초기 북한과의 협의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딴지를 걸고 몽니를 부리기도 하였지만 나에겐 크나 큰 지원자였다.

조국 분단후 처음 시도하는 백두산등반,
악천후로 대피하였던 백두고원 국경수비대를 출발하여 정상등정을 시도하는 날이었다.
백두산천지를 향해 오르던 우리는 전날 배낭을 벗어놓고 철수하였던 곳에
우리를 지원나온 크로스칸츄리 스키 국가대표 코치가 실신하여 눈속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인명구조가 먼저라며 대원 모두가 조난자를 인민군 국경수비대 초소로 후송하는라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이 눈보라와 함께 가시권 밖으로 사라지자 홀로 남은 나는 절망했다.
그토록 애쓰고 갈망한 장군봉 정상등정의 꿈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몸이 눈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때 등뒤에서 짐숭같은 신음이 들렸다.
잠시 눈보라가 사그라지는 틈사이로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김종석대원이 보였다.
왈칵 눈시울이 뜨거웠다.
‘안 내려 갔어?’ 안내려 갔으니까 거기 있는거지만 울컥한 감정에 말 가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고개를 무릎에 묻은채 흐느끼듯 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뭐 빠지게 왔는데 어떻게 내려가’
우리는 육두문자로 울부짖으며 절규했다. 나는 등정욕심, 그는 사진욕심에 인명경시 죄책감도 없었다.
그 자리서 동짓달 개떨듯 웅크리고 있을게 아니라 우리끼리라도 올라가자고 채근했다.
한참후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의경대원의 연락으로 일부대원들이 합류하여 장군봉 등정에 성공하였지만
김종석대원의 꿈인 백두산천지 사진은 무겁게 지고 올라간 덩치 큰 고가의 카메라들이 얼어붙어 실패하였다.

캄캄한 밖엔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크리스마쓰트리 불빛에 번들거리는 사철나뭇잎들이 바닷속 물고기같이 움직인다.
그가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며 사지를 허우적거린다.
물고기 같던 이파리들이 시퍼렇게 날선 칼이 되어 내가슴 속살을 저민다.
저민 속살을 파고드는 겨울비가 내밀한 곳까지 스며들어 연민보다 더한 아픔으로 진저리 친다.
곧 날이 밝아 오겠지.

친구야 즐거운 여행 떠나듯 하늘나라도 소풍하시게

<김종석동지와 나는 30여년동안 숱한 여행과 산행을 하면서도 한 텐트에서 자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를 담배피운다고 내쫓고 그는 내가 코 곤다고 내쫓았는데 단둘이 밤새워 보기는 이 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그는 내가 병상을 떠난 2시간후에 운명하였다.>

댓글목록 3

PonyTail님의 댓글

PonyTail 2013.11.26 05:48
대장님 이 글을을 퍼 가서 조지아 한인 사진 동우회에 올립니다.

서흥주님의 댓글

서흥주 2013.11.26 06:24
속세에서 맺어진 30년 인연의 끈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풀리고 마는군요. 하늘나라 가시는 길이 조금 덜 외로우셨으시라 생각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병수님의 댓글

정병수 2014.01.21 10:25
이제 벌써 두달이 지났네,,,
코끝이 이상해 지드지 눈물 한방울이 슬몃이 훌러내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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