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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생활3-봄날은 간다

而山
2014.05.17 12:05 1,42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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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구름은 둥실둥실

바람은 살랑살랑

새싹은 파릇파릇

산새는 재잘재잘

물살은 촐랑촐랑

봄볕이 따사로운 오후

개울가에 앉아 오감을 열어 새뜻한 봄을 맞는다.

참 좋다.

마음이 여여하다.



산 아래 봄은 얼마나 요란했던가.

만나자마자 몸부터 섞자는 아낙마냥 화사한 꽃들

꽃은 식물의 생식기이듯 말초적인 유혹이 있다.

디지털시대는 오감의 쾌락을 극대화 한다.

탐욕과 경쟁, 과잉속의 결핍,

욕망과 능력의 간극이 주는 고통으로 머리는 쥐가 난다.

몸과 마음을 세탁기의 빨래마냥 돌리고 쥐어짜며 산다.



인간이 문명을 누린 것은 백년 남짓이다.

그 이전 수백만 년은 자연과 함께 살았다.

인간의 진화는 문명만큼 빠르지 않다.

우리몸속의 유전자는 수백만 년 전의 그대로다.

식물이나 냇물을 보면 다가가고픈 동조현상은

자연친화적인 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산을 찾아 올랐다

제도권 정규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나에게

산은 친구요 스승이고 놀이터고 학교였다.

이제는 산의 붙박이로 살고 싶다.



봄의 숲은 정중동(靜中動)이다

요요(夭夭)한 움직임은 신비롭고 역동적이다

그 움직임에 나도 섞인다.



햇빛반사에 보석처럼 반짝이며 춤추고 노래하는 개울가에서

삼수변(三水邊)에 갈거(去)가 법(法)이라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때

아내의 밥 먹으라는 성난 소리가 나를 깨운다.

반나절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마냥

개울가에 앉아있는 나의 모습이 술 취해 졸고 있는 줄 알았나 보다.

굳어진 관절을 힘겹게 펴 꾸부정하게 일어나며

소크라테스님께 동병상련이랄까, 연민의 정을 느낀다.

댓글목록 2

산사내님의 댓글

산사내 2014.05.18 00:52
지상 낙원이군요!

greentea님의 댓글

greentea 2014.05.21 09:00
소중한 시간들 참 좋아보이네요,,
봄날이 가고 초록의계절 여름이오면
개울가에 가재도 잡고 복분자 따러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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