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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방심이 부른 겨울산에서의 오한의 경험입니다

Agabito김영
2017.10.31 12:19 1,07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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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계야영시 여러분들이 들어서 아시는대로 저는 밤에 오한이 들어서 죽을 뻔한 경험을 했습니다.(오한으로 죽을 수도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당사자인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겪은 일은 저의 저질체력(제 아내도 그렇다고 하고 저도 인정을 합니다)이 우선 원인이겠으나 그보다도 전적으로 저의 실수, 무대뽀, 무방비, 준비부족, 방심등이 어우러진 일이었습니다. 보통 대형사고가 나면 천재( 天災)아닌 인재(人災)다 라는 말들을 하는데 말 그대로 제가 초래한 인재였습니다.

추계야영에 나서기 전, 지난주 말 조지아 북부에 비가 많이 내릴거라는 뉴스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비에 대비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뿔사, 기온이 30도 가까이 떨어진다는 생각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산속에서 30도인데도 말입니다. 추계야영이라는 말에 단풍과 함께 시원한 산속에서의 낭만으로 가득한 밤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내가 준비해준 반찬과 밥, 물등을 준비하고는 한겨울 산행시에나 입던 Notrh Face두꺼운 잠바가 필요할까를 생각하며, 제 바지가 여름바지라며 갈아입으라는 아내의 성화에도 괜찮다고 하고는 아내와 작별을
하고는 출발을 했습니다.

야영지인 Vogel Park에 도착하니 비는 굵어지고 조산회 웹사이트에 올려진 '산행기록'에서와 같이 0.3마일의 약간 경사지고 자갈과 비로 인해 진흙으로 덥힌 산길을 무거운 수레를 끌기도 하면서 네다섯번은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그렇게 때로 굵은 빗속에서 산은 곧 짙은 어둠이 내리고 여성부에서 준비해주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쉘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된 비를 훌륭히 막아준 천막밑에서 먹고 마시고, 그러다 집행부에서 미리 준비하신 영화도 한편 시청하는 시간도 되고(이때부터 저는 얇은 여름바지로 아랫도리가 너무 춥고 비에 잔뜩 젖은 등산화와 양말로 발이 시려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 모닥불가로 갔습니다. 가서는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말리느라 그때부터 양말도 안신고 맨발에 슬리퍼였습니다.), 멋진 기타연주에 맞춰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그러다 보니 여전히 퍼붓는 빗속에 밤은 깊어 12시가 넘자 노래도 끝나고 각자 차안으로, 텐트로 또는 캐빈으로 취침 휴식을 취하러들 가셨습니다.

저는 추위도 있고 별로 졸립지도 않고해서 캠프파이어 옆에서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대여섯분들과 함께 이런저런 세상사 얘기를 나누면서 차가운 맥주를 한캔 정도 마셨습니다.
시간은 새벽 1시반에 가까워지고 이만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아 있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캠프파이어에서 가까운 캐빈에 마련된 잠자리로 향했습니다.
캐빈의 마루위에 깐 얇은 침낭과 이불하나로 마련된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랫도리가 차가워지면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장이 떨려 급당황을 해서 다시 캠프파이어로 뛰어 갔습니다만 이미 몸은 오한으로 덜덜거려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천만다행으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한 superman 오준원 씨께서 상황의 심각성을 주위분들에게 얘기하고(조지아 겨울산에 매년 두어명씩은 추위로 급사한다는 말도 하면서 말입니다 ㅅ.ㅅ) 자신의 두꺼운 외투를 벗어 저에게 입혀주고, 또 자신의 두꺼운 담요로 제 몸을 감싸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제 몸의 오한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 가는데(오준원 씨가 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준원 씨는 제가 캐빈에서 자서는 안된다며 차로 가서 잘 것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전 총무이던 서흥주 씨가 고생을 하며 저를 동행해 산을 내려와 서흥주 씨의 차로 공원 파킹장까지 함께 갔습니다. 제 차에 오르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고는 히터를 틀고 seat heater도 가동을 시키자 속된말로 죽지는 않고 살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새벽 2시경, 차안의 계기판 상의 외부온도는 37도, 차량 정면으로 보이는 호수위로는 물안개가 새찬 바람에 휘몰려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량 히터를 켜다꺼다를 하면서 자다깨다 새벽 4시경에 계기판의 외부온도는 35도, 바람은 여전히 세고, 새벽 6시경의 외부온도는 33도까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차안은 히터와 seat heater로 몸의 온기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얇은 여름바지로 인해 발 아래는 계속 추위에 노출되었습니다.

하여튼 다행히 큰일 없이 날은 밝아 아침 7시반 정도에 차를 캠프 야영지에 가까운 주차장까지 몰고가서는 야영지에 올라가니 이미 상황을 알게된 회장님과 오준원 씨등 간밤을 함께 한 분들이 안부를 물어 주었습니다.

인재아닌 인재는 이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읽으신대로 저의 저질체력, 준비부족과 방심이 부른 일이라서 이런 글을 저희 홈피에 올려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혹시나 다시 이런 겨울야영이 있을 때 참고를 할 부분도 있겠다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올립니다.

오준원 씨와 서흥주 씨에게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댓글목록 2

而山님의 댓글

而山 2017.11.01 00:13
오늘 새벽에 쓴 댓글이 날아갔네

김영씨가 경험한 것은 저체온증(Hypothermia)입니다
신체의 열생산량 보다 열손실이 많을 때 일어나는 증상이지요
체온이 정상보다 내려갈 때 오한과 체력저하가 오면서 판단장애가 생기지요
체온손실은 땀이나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있을 때 가속화 됩니다
산에서 탈진사망도 대부분 저체온증에서 시작하지요
저체온에선 모든 신체기능이 떨어집니다
다행이 김영씨는 회원들의 도움으로 위기는 면했지만
앞으론 철저한 대비로 산행하여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다른회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글을 올려서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에 감사합니다

nike님의 댓글

nike 2017.11.04 03:33
우리는 그정도로 심한줄 몰랐는데 글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큰일 치를뻔 했는데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점점 추워질텐데 우짜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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