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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유의 에베레스트 휴먼원정대 '동료 시신 거둔다'

앤디 김
2005.05.12 05:05 2,14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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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유의 에베레스트 휴먼원정대 '동료 시신 거둔다'

오는 17일 시신 매몰 지점 최종등반… 부상 엄홍길 대장 "그냥 돌아갈 수 없다"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작년 초모룽마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무택 대원 [사진=아이엠뉴스 제공, 촬영=오은선]
세계의 모신(母神) 초모룽마(에베레스트산) 등반 도중 목숨을 잃은 동료 산악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휴먼원정대’가 최종 등반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지난해 5월 산정상에서 내려오다 설맹(雪盲), 탈진 등으로 끝내 지상을 밟지 못한 대원은 백준호ㆍ박무택ㆍ장민씨 등 모두 3명. 사고 당시 이들은 서로를 구조하려다 결국 자신의 생명까지 잃게 되는 비극을 겪었다.

이들의 시신은 현재 산 정상 아래인 8750m 부근에 놓여있다. 처음 사고를 당한 박무택 대원의 경우 로프에 매달린 싸늘한 모습이 동료 산악인 오은선 대원에게 발견돼 유가족이 큰 충격에 빠졌다.

박 대원을 구조하러 나선 백준호ㆍ장민 대원 역시 그보다 300m 아래 지점에서 외국 등반대에 목격됐지만 정확한 위치는 좀 더 수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산악 역사 최초로 8000m 고도에서 동료 시신 운구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대원들의 시신을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건 직후부터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전문 산악인들조차 초모룽마 정상에서의 시신수습 작업은 무모한 시도라고 난색을 표명했다.

휴먼원정대에 나선 엄홍길 등반대장조차 “초모룽마 정상에서는 날아다니는 돌이 총알처럼 느껴질 만큼 위협적인 환경”이라며 “이번 시신 수습 작업은 모두에게 목숨을 건 사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기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열악한 조건에서 특수 장비까지 동원해 수습작업을 벌이려면 그만큼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어떤 나라 등반대도 사고를 당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초모룽마 등반에 나선 적이 없을 만큼 이번 작업은 위험하다.

지난 3월 14일 원정대의 출정을 지켜본 고인의 유가족들도 원정대가 성공적으로 유해와 함께 돌아오길 기원하지만, 무엇보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뜨거운 동료애로 사상 초유의 시신 운구 작업에 나선 휴먼원정대 대원은 취재팀을 포함해 모두 20여명이다. 특히 이번 원정대를 주도한 엄홍길 등반대장은 고인이 된 박무택 대원과는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겼던 막역한 사이였다.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완등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엄 대장은 사고 소식을 들은 후 산악 인생의 중대 기로에 서있다. 동료의 시신이 초모룽마 정상 등반 루트에 방치돼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다른 정상에 계속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위성전화로 현지 원정대 소식 생생히 전달


최종 등반을 앞두고 있는 휴먼원정대 대원들 [사진=아이엠뉴스 제공]
계명대 산악부 대원들이 주축이 된 휴먼원정대의 소식은 함께 동행한 MBC와 중앙일보 취재진에 의해 속속 국내에 도착하고 있다.

특히 MBC 인터넷뉴스인 아이엠뉴스(imnews.com) 스페셜팀은 6300m 고도에서 위성전화를 이용해 현지 원정대의 활동상을 매일 같이 전하고 있다.

11일 오전 현재 21신까지 올라온 원정대 소식을 보면 대원들은 17일 최종 등반을 앞두고 고소증과 체력저하에도 불구하고 임무달성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9일 오전 김인환 대원이 기관지 악화로 인해 베이스캠프로 내려온 것 외에도 상당수의 대원들이 호흡곤란, 목감기, 구토 증세 등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의약품을 준비해 오긴 했지만 지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고통이 크다고 한다.

호전됐던 현지 기상 상태도 이틀 전부터는 악화되고 있다. 12일에는 본대가 베이스캠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엄 대장마저 며칠 전에 작업도중 허리를 삐끗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베이스캠프에 함께 머물고 있었던 외국 등반대 중 중국인 여성 군의관 있어 은침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원들의 체력이나 정신력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이후에는 차차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정대는 베이스캠프 부근에 고인들을 위한 비석을 세우고 물자를 수송하는 등 최종 등반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탤런트 박상원씨 일행 예정보다 늦은 11일 오후 4시 도착


11일 오후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탤런트 박상원씨 [사진=아이엠뉴스 제공]
원정대를 격려하는 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휴먼원정대 소식을 듣고 직접 물자소송에 나서겠다고 달려간 탤런트 박상원, 황인성씨 일행은 고소적응을 거친 후 베이스캠프를 향해 이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원씨가 “현지에서 돼지를 직접 구해 끌고 올라가 원정대를 위해 고기파티를 열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원들은 일행의 도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베이스캠프에 함께 머물러 있는 외국 등반대도 휴먼원정대의 성공을 기원하며 시신 수습 작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10일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상원씨 일행은 고소 적응의 어려움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늦은 11일 오후 4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박씨 일행을 초조하게 기다렸던 원정대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박씨 일행은 10일 저녁에는 롱국사원에서 머물고, 11일 아침 바로 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심한 고소증세를 호소하는 대원이 많아 3분 걷고 1분 쉬기를 반복, 오후께야 가까스로 베이스캠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당초 약속했던 대로 돼지를 끌고 베이스캠프까지 가서 파티를 열어주지는 못했지만, 박씨 일행의 도착으로 대원들은 안심하고 내일(12일) 6300m 전진캠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당초 목표지점인 전진캠프까지 함께 따라갈 계획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


휴먼원정대는 12일 베이스캠프를 떠나 최종 작전을 위해 전진캠프로 향할 예정이다. [사진=아이엠뉴스 제공]
17일로 예정된 박무택씨의 시신 수습 작업에는 엄홍길 등반대장과 장헌무 대원, MBC 박창수 카메라 감독이 나설 계획이다.

불의의 사고가 일어난 게 작년 5월 18일인 만큼 대원들은 조속히 시신을 수습해 1주기 기일만큼은 따뜻한 동료의 품 안에서 보내게 하고 싶다는 염원을 갖고 있다.

최종 공략에 나설 장헌무 대원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수 없다”며 반드시 임무달성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다. 허리 부상 치료를 받고 있는 엄 대장도 “동지의 시신 수습 약속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위성전화를 통해 휴먼원정대의 소식을 직접 전하고 있는 최일구 아이엠뉴스 취재에디터(전 MBC 주말뉴스 앵커)는 “한국 산악인이 아니고는 죽은 동료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거는 눈물겨운 사투를 벌일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의 뜨거운 동료애에 국민들의 성원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내일(12일)이면 원정대 본대는 5300m 고지에 있는 베이스캠프를 떠나 6300m 전진캠프(ABC)로 이동한다. 17일 펼쳐질 최종 작전을 위해서는 각각 7000, 7700, 8300m에 있는 세 캠프를 더 지나야 한다. 당일 펼쳐질 구체적인 작전은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험한 지를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 죽음과의 싸움이다.

무사히 시신 수습을 마치면 원정대는 현지에서 위령제를 지낸 뒤 5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 원정대에 대해 추가로 알고 싶은 사항이나 대원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이엠뉴스 특별기획 사이트 “그들이 간다!” 코너에 남기면 위성전화를 통해 원정대에 직접 전달된다.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산악인 백준호ㆍ박무택ㆍ장민씨를 추모하는 글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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