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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요리강좌 (협찬 토담골)

앤디 김
2006.07.17 11:33 1,47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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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회에서 7월 정기 산행시 요리대회가 있다는 공고가 나오면서
몇몇 (ㅇ, ㄱ, ㅅ, ㅈ 씨등등) 분들은 이미 요리대회 준비체제에 들어갔다는
정보가 장 모씨로부터 입수가 되어지고 있는데
항시 조산회 행사에 많은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 토담골에서
아래와 같은 산행요리 정보를 보내왔기에 올립니다.


[피서철 캠핑을 위한 요리] 매운 닭찜 & 잔치국수

해마다 여름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장마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영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주말에 산행 아닌 다른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비오는 주말의 행동 유형에 따라 등산 중독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집에서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뒹굴겠지만, 등산 중독자는 여느 때처럼 배낭을 꾸려 산 입구까지 가서 단골 술집을 찾아 비를 안주 삼아 잔을 기울이며 모험담을 늘어놓는다. 좀더 중증의 중독자는 주저하는 산 친구들을 유혹해서 폭우를 무릅쓰고 산행을 감행한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라면 한 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간 주말산행으로 가족들에게 잃었던 점수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랄까. 이리저리 궁리해 보아도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역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다음 주말산행은 눈총을 받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속셈은 감추어야 한다.

모처럼 집에 있는 주말이니까 한껏 게으름을 부리며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먹고 점수는 늦은 점심으로 딴다는 계획을 세우면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이번에 소개할 요리는 매운 닭찜과 잔치국수. 닭고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료는 냉장고 문을 열고 꺼내기만 하면 되는 평범한 것들이라 장 보는 일에 힘들일 일도 없다.


비슷한 재료에 상이한 맛내는 두 요리

자, 지금부터 요리를 즐겨보자. 상황은 비 오는 주말 집안이지만, 야외나 오토캠핑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조리기구는 버너와 코펠. 산요리라 해서 집에서 하는 요리법과 다를 것은 없다. 다만 야외는 조리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고, 조리 시간이 짧고, 재료가 적게 드는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올 만한 요리는 피하자. 산 요리는 모양이 나지 않아도 맛만 좋으면 용서가 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야외에서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음식을 만들 때는 전혀 다른 맛을 내면서도 재료를 공유할 수 있는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식재료의 낭비를 막고 조리 시간을 줄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설렁설렁 하는 것 같은데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요리가 나올 때 바라보는 눈길에 어린 감동도 놓치기 아깝다.

이제 조리하려는 매운 닭찜과 잔치국수를 보자. 하나는 매운 맛이고 다른 하나는 순한 맛이다. 맛은 극적으로 다르지만 기본 재료는 공유한다. 같은 육수에 같은 재료를 쓰면서 서로 다른 요리를 완성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전략을 설정했으니 이제 소매를 걷어붙이고 조리기구와 요리 재료를 준비한다. 음식 재료는 4인분을 기준으로 하고, 조리기구로는 버너 2대, 4~5인용 코펠 1조, 프라이팬, 시에라컵 등 기본적인 것이면 충분하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시에라컵은 밥그릇, 커피잔, 술잔 등 용도가 하도 많아서 본래 용도가 무엇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여기에서는 계량컵으로 사용할 것이다. 시에라컵 하나의 용량은 300cc 안팎이다.

먼저 4~5인용 코펠 두 개를 준비한다. 코펠 하나로는 닭을 삶아낼 것이기 때문에 눈대중으로 토막 친 닭 한 마리가 들어갈 만큼 물을 끓인다. 다른 코펠 하나는 찜닭과 잔치국수의 육수를 낼 용도이므로 물을 넉넉히 잡는다. 물 10컵에 밴댕이포(일명 디포리. 멸치 육수보다 개운한 맛을 낸다. 디포리를 구하지 못하면 5cm 크기의 큰 멸치) 2장과 다시마 3조각을 넣고 끓인다.

육수를 끓이는 동안 닭고기를 손질한다. 시장에서 구입한 닭은 어느 정도 손질이 된 것이라도 아직 기름이 남아 있고 껍질에 잔털이 박혀 있다. 꼼꼼히 떼어내고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서 냄새를 없앤다. 닭 냄새를 없애기 위해 소금을 솔솔 뿌려서 잘 섞는다. 여름철, 특히 장마철은 고기류에 병균이 번식하는 최적기이므로 깨끗이 씻었더라도 다른 식기와 음식 재료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닭을 손질한 다음 나머지 재료들을 준비한다. 감자, 양파, 호박, 당근, 대파, 마늘을 깨끗이 씻는다. 감자와 당근은 껍질을 벗기고 대파는 2cm 길이로 자른다. 재료는 두 요리에 맞춰 깍둑썰기와 채썰기의 두 가지 모양으로 썬다. 매운 닭찜에 들어가는 건더기는 큼직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큼직하게 썰고, 잔치국수 고명용으로는 3mm 두께로 채를 쳐서 따로 접시에 담는다. 마늘은 빻고 대파는 채를 쳐서 양념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당면은 물에 담가서 불린다. 실전 상황에서는 두 요리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준비한 재료와 양념들을 손닿는 곳에 잘 구분해 둔다.

이렇게 재료 준비가 거의 끝날 무렵 두 코펠에서 물과 육수가 끓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조리과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손질해 놓은 닭고기를 끓는 물에 넣는다. 점차 닭고기가 익으면서 하얀 색으로 변하고 거품이 일어날 것이다. 5분 정도 끓이다가 닭고기를 건져내고 물은 버린다. 닭고기의 불순물과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귀찮더라도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런 다음 센 불에서 뜨겁게 달군 코펠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넣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한눈팔다가는 금방 타기 때문에 부지런히 저어야 한다.

이어 삶은 닭고기와 감자, 당근, 호박, 양파, 깐 마늘을 넣고 마늘과 파의 향이 골고루 배도록 잘 섞어 가며 재료의 겉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그 위에 육수 2컵과 양념장을 붓고서 잘 뒤섞는다. 맹물보다는 육수를 쓰면 한결 깊은 맛이 난다. 너무 짜거나 매우면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념장의 2/3를 먼저 넣고 간을 보면서 조금씩 추가하는 것이 좋다.


잔치국수는 좋은 육수 내는 게 가장 중요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졸이고 뚜껑을 덮고 20분쯤 더 끓인다. 끓이는 도중에 몇 번 뒤적거려 주어야 양념이 잘 배고 바닥도 눌지 않는다. 재료 중에서 가장 나중에 익는 감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 익었으면 불린 당면과 다진 파를 넣고 마무리한다. 1분 정도 더 끓이면 메인 요리 완성.

다음은 매운 찜닭과 소주(?) 때문에 화끈거리는 속을 풀어 줄 잔치국수를 만들어 볼 차례다. 조리 과정은 단순하지만 맛내기는 매운 찜닭보다 더 어렵다. 강한 맛을 내는 요리는 재료에 다소 약점이 있다 해도 중심이 되는 맛에 이끌려 그 약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순한 맛의 요리는 재료 하나에 문제가 있으면 전체를 망치기 때문이다.

잔치국수에서는 좋은 육수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재료는 밴댕이포와 다시마를 쓴다. 밴댕이포는 주로 남해안에서 국물을 요리할 때 사용한다. 남도에서는 육수 낼 때 비법처럼 쓰는 것이 하나 있다. ‘디포리’라는 희한한 이름을 가진 놈인데, 2004년 해양수산부에서 발간한 ‘수산물 방언집’을 보니 ‘반지’라는 물고기의 방언이란다. 또한 밴댕이의 방언이기도 하단다.

어쨌거나 우리는 좋은 육수를 내느라 바쁘기 때문에 디포리든 밴댕이든 반지든 이름 문제는 수산학자에게 맡겨 두고 가장 널리 쓰이는 디포리라는 이름을 쓰도록 한다. 디포리는 멸치보다 비린 맛이 덜하고 시원하기 때문에 남해안에서는 육수를 낼 때 멸치 대신 흔히 쓰는 재료이다.

코펠에 디포리 5마리와 명함 크기의 다시마 1조각을 넣고 물을 가득 부은 다음 20분 정도 끓이면 맑은 국물이 우러난다. 파나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서 같이 끓이면 한결 감칠맛이 난다. 끓이는 도중에 거품을 걷어내야 잡맛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육수는 찌개, 국, 조림, 찜 등 다양한 요리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매운 닭찜에는 아무런 간을 하지 않고 그대로 쓰면 되고, 잔치국수에 쓸 때는 간장, 맛술, 다진 마늘, 소금을 넣어서 간을 맞춘다.

국물은 완성됐고, 이제 국수를 삶을 차례이다. 끓는 물에 국수를 부챗살처럼 펼쳐서 넣은 다음, 국수 가락이 서로 엉겨 붙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잘 저어 준다. 거품이 끓어오르면 찬물 1컵을 부어서 가라앉힌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다 보면 국수가 다 삶아진다. 삶은 국수는 재빨리 건져서 찬물에 잘 씻어야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고 면발이 쫄깃해진다.

마지막으로 고명을 만드는데, 더디 익는 재료부터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서 볶고, 쇠고기는 맨 나중에 볶아야 재료가 지저분하지 않게 된다. 육수에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고명을 볶을 때 소금을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한다.

국수를 담아 놓은 그릇에 고명과 다진 파와 함께 따뜻한 육수에 부으면 근사한 잔치국수가 된다. 이 정도면 한 동안은 당당히 주말산행 길을 떠날 수 있는 점수가 확보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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