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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쓰러진 50대 아내와 병수발 남편 '사랑의 힘'으로 재활

앤디 김
2006.05.12 20:31 1,3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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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재(오른쪽)씨가 뇌출혈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내 순옥씨에게 색종이로 만든 작품을 바치고 있다. 앞에 놓여 있는 '종이 신랑각시'가 이들의 영원한 사랑을 살포시 담고 있다. 〈


'가정의 달' 가족을 되돌아본다, [남편과 아내]


우리는 저마다 ‘끈’을 움켜쥐고 산다.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관계다. 세상에 태어날 때, 세상을 떠날 때 나를 지켜보는 사람은 가족이다. 가정은 모든 끈이 풀려나가는 실타래의 시작이자 끝이다. 가정의 달 5월을 가로지르며 그 관계를 생각해 본다.

#1

52살 아내가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6시간의 대수술.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담당의사의 말은 날카로운 메스로 남편의 가슴을 도려냈다.

곽병재(62)씨는 지난 해 3월 25년간 살을 맞대고 살았던 아내 순옥씨를 잃을 뻔 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아내가 헬스장에서 졸도한 것이었다.

수술을 마친 아내는 눈도 못보고 목조차 가누지 못했다. 입원 3개월동안 아내 옆을 지켰다. 병원에서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환자가 부러웠다.

병원측에서는 더이상 차도의 희망이 없다며 퇴원을 종용했다. 하지만 남편 곽씨는 그럴 수 없었다. 평소 얌전한 곽씨지만 병원측과 눈물을 쏟으며 싸웠다. "누워있는 아내를 마사지 하는데 발가락이 움찔 하는 거예요. 희망이 보였죠."

내 생각만 하면 불협화음이 생긴다. '내가 당신이라면 당신이 나라면…'. 이 찰라의 생각이 곽씨의 가정을 지켜냈다.


#2

곽씨는 아내가 입원하자 직장을 그만뒀다. 글렌데일에 소재한 탄탄한 화학회사였다. "병수발 하려면 전력을 다해야죠.(웃음) 뇌수술 이후 3개월동안이 가장 중요하데요." 생전 처음 죽을 쒔고 과일주스를 갈았다. '하나님이 아내와 나를 좀 쉬라고 하는구나'라며 불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집에서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며 주부의 고생을 몸소 체험했다. 30년 가까이 직장과 가정을 꾸려온 아내가 위대해 보였고 미안했다.

대학생인 둘째 아들 찰리(22)도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학교를 휴학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교대로 아내와 어머니를 지켰다.

세상의 재미와 명예.재산을 위해 가정을 내팽개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가정을 위해 세상을 포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내 순옥씨는 남편이 미역국과 삼계탕을 손수 해왔을 때 눈물을 쏟았다. 사랑의 맛은 그렇게 나를 희생할 때 우러나왔다.

부부란 각자의 역할을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동행하는 합작품이라는 것이 가정문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장수경 심리학 박사는 "부부는 단순히 둘만의 결합이 아니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모든 끈을 이어받는 것이다. 때론 엉키고 때론 끊어진다. 하지만 그 끈을 다시 잘 잇고 늘리는 과정이 부부관계다. 인내하지 못하고 희생하지 않으면 그 끈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고 했다.

퇴원 후 남편과 함께 재활훈련을 받은 지 1년여-. 이제 순옥씨는 거동도 자유롭고 말도 어느 정도 할 정도가 됐다.

요즘 이 부부는 종이접기에 흠뻑 빠져있다. 일주일에 한번 '한국종이접기 협회'에 나가 색종이를 접는다. 아직도 몸 왼쪽에 마비증세가 있는 아내의 재활을 위한 남편의 애정이다. 부부는 또 아침엔 산책을 나가고 요리도 같이 하고 책을 보며 하루종일 붙어 산다. "불행은 사랑을 전해줬고 우리부부는 지금 가장 행복합니다." 흔들리는 가정이 있다면 그 이유는 순전히 '나' 때문이라고 믿자. 그 순간부터 행복이 슬그머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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