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안 트레일(2175마일)' 북-남 종주 나선 김기준씨
김삿갓
2008.08.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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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부 최장(2175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북-남 종주에 나선 김기준(35.플러싱)씨. 지난 5월 25일 50파운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메인주로 떠난 김씨가 두달이 조금 지난 7월 30일 뉴욕 업스테이트에 도착 어렵사리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메인주를 출발해 애팔래치안 산맥을 따라 뉴햄프셔 버몬트 매사추세츠 커네티컷 주를 거쳐 뉴욕주에 이른 것. 김씨가 인근 타운에 내려와 인터넷으로 전송해 온 사진은 덥수룩한 수염에 푸른 두건을 두른 모습. 얼핏 도인을 연상케한다. "하루에 14시간씩 걷습니다. 야간에는 산에서 야영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 빨래와 음식을 위해 산 아래 타운을 찾습니다. 첫 한 달 동안은 일주일에 한 사람 만났을 정도로 외로운 산행이었습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완주한 사람은 지금까지 1만명 정도. 그나마 남에서 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처럼 험난한 반대 코스를 택한 사람은 드물다는 것. "외롭지요. 밤에는 무섭습니다. 산에서 잠을 잘 때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소스라칩니다. 혹시 야생동물에게 습격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말이 잠이지 눈만 감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 2004년 미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10여년간 전통무술 '선무도'를 지도했다. 누구보다 자신감과 용기로 뭉쳐있다고 자부했던 김씨는 "작은 것에도 벌벌 떠는 자신을 보며 자연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동안의 삶을 성찰해 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습니다. 젊어서 나대던 점을 반성하고 누군가에게 100원짜리 하나를 빌렸던 것까지 하나하나 떠올려 봅니다." 김씨가 이처럼 험난한 산행에 나서게 된 것은 2년전 '산사람 산악회' 전광현 대장으로부터 아팔라치안 종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부터. "꼭 도전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남몰래 마음속으로만 준비해 온 김씨는 올해 5월 중순 생업으로 해오던 옷수선을 그만두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도전'을 감행했다. 싱글이고 하루라도 젊었을 때 끝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힘이 들 때면 이 정도도 못견뎌서야 어떻게 완주할 수 있겠나 스스로 다독입니다. 정상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대하면 어느새 모든 걸 잊게 되지요." 이제 740마일을 마친 김씨. 앞으로 4개월을 더 걸어 조지아주에 도착할 계획이다. 김씨가 뉴욕 업스테이트를 통과하는 8월3일에는 평소 그와 함께 산행을 해온 산사람 산악회 회원들이 격려차 동반 산행을 한다. "왜 그렇게 힘든 산행을 감행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기 위해 걷고 또 걷습니다. 한인이 아팔라치안 트레일을 종주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이제 스승이 된 '산'이 나머지 산행 동안 나에게 힘을 줄 것입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컨티넨탈 디바이드(CA.3100마일)와 퍼시픽(CA.2600마일)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최장 트레일로 꼽힌다. 이 코스는 메인주부터 조지아주까지 총 14개 주에 걸쳐 연결된 애팔래치안 산맥을 따라 형성돼 있다. 현재까지 이 코스를 완주한 사람은 1930년 이후 1만명 정도. 가장 빨랐던 기록은 지난 2005년 앤드류 톰슨의 47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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