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아파라치안 트레일
심재문
2007.10.1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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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아파라치안 트레일
송인(시인, 동남부 문인회장)
뉴스일자: 2007-10-13
가을이 깊어갑니다. 벌써부터 올해는 어디로 가서 단풍 구경을 할까 생각해 봅니다.
가을과 단풍을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소설 한 권이 생각납니다. 미국의 소설가 빌 브라이슨 이란 분이 쓴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소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책이 산악 기행(紀行) 소설처럼 보지만, 정작 저자 자신은 이 책은 ‘아파라치안 트레일에 도전한 경험담’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3년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도기도 했던 책입니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 출신이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의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신문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영국인 부인, 네 자녀와 함께 20년 만에 미국으로 귀환해 고향인 뉴햄프셔주 하노버시에 정착했으며, 이후에 아파라치안 트레일에 도전한 경험을 소설로 쓴 것입니다.
그들이 도전했던 자연은 바로 ‘아파라치안 트레일’ 이었습니다. 이곳은 미국 조지아주 스프링어 마운튼에서 시작, 메인주 마운트 캐터딘에 이르는 총 길이 3천3백60km의 등산로(trail) 입니다. 해마다 2천여명이 도전하지만 10% 미만이 종주에 성공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트레일입니다.
1천5백m가 넘는 봉우리만 3백50개를 지나며 최소 5개월의 종주 기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동부 14개 주를 관통하기 때문에 역사 문화적으로도 깊은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입니다.
산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잠을 깬다. 개울물의 하얀 포말에 얼굴을 적신 뒤, 안개 자욱한 숲의 향내를 가슴 깊이 들여 마신다. 그리고 걷는다.
한 굽이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정경이 펼쳐지리라. 멀리 운해(雲海)에 잠겨있는, 내가 떠나온 거리와 사람들--.
잠깐, 생각만큼 간단할까. 도시와 문명의 안락을 몸 속 깊이 받아들인 우리가, 자연에 깃들인 불편과 고난까지 선뜻 감수할 수 있을까. 도시의 화려함과 자극을 뒤로 한 채, 마냥 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왜 못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창인 카츠라는 사람과 별다른 계산 없이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선 길은 길어야 사나흘 걸리는 한국의 지리산 같은 그런 종주와는 다릅니다. 또한 둘의 만남은 시초부터 거듭 마찰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챙겨오더니, 무겁다며 필수품까지 몽땅 절벽 아래로 집어던져 버리고, 걸핏하면 길을 잃어 헤어지고 또 다시 합치곤 합니다. 그러면서 인생을 배우고 우정을 돈독히 하게 됩니다. 이 두 남자가 나선 산행은 바로 '아파라치안 트레일' 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성공했을까요? '종주'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카츠가 갈증과 탈진으로 죽을 뻔한 뒤, 둘은 산길을 벗어나 크림소다와 잡화점, 주유소가 있는 속세의 삶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내 발에 피가 나도록 걸었어. 나는 아파라치안 트레일을 걸었어!" 라고 외치는 카츠도, "삼림과 자연, 숲의 온화한 힘에 깊은 존경을 느꼈다.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됐다.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고 친구도 얻었다"고 회상하는 브라이슨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은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을 다 가르친 뒤에야 그들을 그 산에서 놓아 준 것입니다. 인생의 삶의 굴곡을 한편의 소설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파라치안 트레일이 지나는 곳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의 삶에 지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정서는 매말라 있습니다. 삶의 여유는 마음의 여유에서 옵니다. 이번 가을에는 가족들과 더불어 한번쯤 아파라치안 트레일 귀퉁이라도 다녀오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송인 (insong1@gmail.com)
송인(시인, 동남부 문인회장)
뉴스일자: 2007-10-13
가을이 깊어갑니다. 벌써부터 올해는 어디로 가서 단풍 구경을 할까 생각해 봅니다.
가을과 단풍을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소설 한 권이 생각납니다. 미국의 소설가 빌 브라이슨 이란 분이 쓴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소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책이 산악 기행(紀行) 소설처럼 보지만, 정작 저자 자신은 이 책은 ‘아파라치안 트레일에 도전한 경험담’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3년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도기도 했던 책입니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 출신이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의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신문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영국인 부인, 네 자녀와 함께 20년 만에 미국으로 귀환해 고향인 뉴햄프셔주 하노버시에 정착했으며, 이후에 아파라치안 트레일에 도전한 경험을 소설로 쓴 것입니다.
그들이 도전했던 자연은 바로 ‘아파라치안 트레일’ 이었습니다. 이곳은 미국 조지아주 스프링어 마운튼에서 시작, 메인주 마운트 캐터딘에 이르는 총 길이 3천3백60km의 등산로(trail) 입니다. 해마다 2천여명이 도전하지만 10% 미만이 종주에 성공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트레일입니다.
1천5백m가 넘는 봉우리만 3백50개를 지나며 최소 5개월의 종주 기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동부 14개 주를 관통하기 때문에 역사 문화적으로도 깊은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입니다.
산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잠을 깬다. 개울물의 하얀 포말에 얼굴을 적신 뒤, 안개 자욱한 숲의 향내를 가슴 깊이 들여 마신다. 그리고 걷는다.
한 굽이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정경이 펼쳐지리라. 멀리 운해(雲海)에 잠겨있는, 내가 떠나온 거리와 사람들--.
잠깐, 생각만큼 간단할까. 도시와 문명의 안락을 몸 속 깊이 받아들인 우리가, 자연에 깃들인 불편과 고난까지 선뜻 감수할 수 있을까. 도시의 화려함과 자극을 뒤로 한 채, 마냥 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왜 못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창인 카츠라는 사람과 별다른 계산 없이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선 길은 길어야 사나흘 걸리는 한국의 지리산 같은 그런 종주와는 다릅니다. 또한 둘의 만남은 시초부터 거듭 마찰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챙겨오더니, 무겁다며 필수품까지 몽땅 절벽 아래로 집어던져 버리고, 걸핏하면 길을 잃어 헤어지고 또 다시 합치곤 합니다. 그러면서 인생을 배우고 우정을 돈독히 하게 됩니다. 이 두 남자가 나선 산행은 바로 '아파라치안 트레일' 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성공했을까요? '종주'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카츠가 갈증과 탈진으로 죽을 뻔한 뒤, 둘은 산길을 벗어나 크림소다와 잡화점, 주유소가 있는 속세의 삶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내 발에 피가 나도록 걸었어. 나는 아파라치안 트레일을 걸었어!" 라고 외치는 카츠도, "삼림과 자연, 숲의 온화한 힘에 깊은 존경을 느꼈다.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됐다.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고 친구도 얻었다"고 회상하는 브라이슨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은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을 다 가르친 뒤에야 그들을 그 산에서 놓아 준 것입니다. 인생의 삶의 굴곡을 한편의 소설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파라치안 트레일이 지나는 곳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의 삶에 지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정서는 매말라 있습니다. 삶의 여유는 마음의 여유에서 옵니다. 이번 가을에는 가족들과 더불어 한번쯤 아파라치안 트레일 귀퉁이라도 다녀오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송인 (insong1@gmail.com)
댓글목록 2
장효건님의 댓글
이 올리면 하는 아쉬움입니다.......이분도 산에 대한 열정 이 있으신 분인가 봅니다.한번 뵙고 싶군요.
이만호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