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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극과 극 그러나 정상은 하나

신은경
2004.04.06 10:15 1,9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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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도 나는 또 다른 실패를 했다.
항상 돌격 앞으로 걷고 또 걷는 내 자신을 컨트롤을 못 했다.

나와 우리 아이들의 아빠는 아주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다.
나는 색이 흰 색과 검은 색으로 구분하는 반면 그 사람은 중간에 회색이 있다고 늘 강조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내게는 원리 원칙만이 존재하고 그 외에 보통 사람들이 좋게 말하는 융통성이라는 것은 각자의 합리화라고 생각하는 나와, 언제나 상황은 돌변하므로 그 원칙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강변하는 그가 있다.

나는 무조건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터뜨려야 분통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나,그 사람은 아주 침묵해 버린다.그래서 우리는 싸움을 해도 늘 일방적으로 성격이 급한 내가 먼저 화를 내고 어느새 화가 삭아 버린다. 그리고 침묵하는 그 사람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먼저 일방적으로 말해버린다.
겉으로 보면 내가 분명히 승리한 것 같으나 늘 나는 먼저 져버렸슴을 시인하는 꼴로 남는다.

이런 우리는 산행을 하는데있어서도 그 걷는 모습이 아주 많이 다르다.
나는 일단 정상을 향해서 걷기 시작하면 앞서서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중간에 조금씩 있는 그 휴식도 ,또 다른 걷기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어느 정도에서 걷고 있는가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걷다가 보니 산행은 나에게 있어서 뒤 쳐지지 않음에 대한 위로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그 사람은 늘 중간 혹은 아주 후미에 서서 천천히 그러나 중도에 포기하지않고 걸어 온다.
처음에는 그 것을 이해 하지 못 했다.
아이들과 나는 열심히 앞서서 걷고 있는데 빨리 와서 함께 걸었으면 싶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거운 우리 대 식구의 먹거리 때문에 쳐지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다름에 있음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아주 빨리 앞장을 서야 산행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나와, 천천히 쉼 호흡을 하면서 걸어야 끝까지 잘 갈 수 있는 그 사람이었음을.....

그래도 우리는 언제나 같은 정점인 산에 그 목표를 두고 걷고 있음을, 비록 그 걷는 방법이나,서로에게 느끼는 향기가 달라도 ,산에서 얻는 그 가치가 달라도 목표지점에서 함께 만나게 되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산에 오르는 길이 언제나 평평한 평지만이 아니고 가파른 비탈길이 있고,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는 것 처럼 우리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산이 참으로 좋다.

다음번 산행에서도 나는 또 다른 좌절을 맛 볼 것이다. 내가 나를 완전하게 조절할 수 없음에,그래도 나는 다시 나를 가다듬고 잘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을 것이다. 그리고 산이 내게 무엇을 주는지 자연이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느끼면서......나도 누군가에게 환원할 수 있는 날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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