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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의 인력보다 더 강한 사랑의 인력

신 은 경
2004.03.15 13:53 2,1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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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이번 산행도 나와의 한판 싸움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나름대로 자부를 하고 있는 터라 별로 힘 안 들이고 오르려나 했다.
왠걸 산행 장소를 도착하니 앞이 아찔했다.
언젠가 한 번 왔다가 우리 아이들은 개구리 소년이 될 뻔 했던 곳이고, 굉장히 힘이 들어서 숨이 턱을 차고 나갈 뻔 했던 곳이 아닌가.우짤거나 사람은 하나 데리고 왔고 그래도 나는 산행을 다닌지 오년이나 되었는데 숨을 꺽꺽거리며 오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듯 하니...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는 그냥 오기로 걷기 시작하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다른 곳 보다 더 경사가 심한 등산로가 있을 뿐이고,주변의 나무가 어떻고 ,산에 벌써 봄이 오고 있어서 나무 가지 마다 작은 용트림을 하고 있다고 알리는 그 봄의 전령사들을 마주 할 수 조차 없었다. 그저 선두를 놓치지 않고 걷고 또 걸어야만 힘이 덜 든다는 것을 용케도 나 혼자 안듯이 돌격 앞으로 걷기만 하였다. 그저 옆도 뒤도 보지않고, 아니 한 눈이라도 팔면 무슨 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우등생마냥 끊임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이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올라온 길을 한 번 보고, 또 다른 반대편 길을 내려다보니 아니 저 곳은 지난 해 봄에 왔다가 아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꽃 터널에 흥분 했던 곳이 아닌가! 그때는 저 나무들이 무성한 철쭉나무에 사뿐히 내려 앉은 진분홍빛 눈이었다.

나는 무거운 철퇴를 맞은 듯한 멍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그동안 나는 그저 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 그리고 정상 탈환을 위해서 오르기만하다 보니 이 산의 품새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여러 등산로 중의 하나를 오늘도 갔다 왔구나했을 뿐 이었는데....
정상을 오른후 나는, 잠시의 여유도 없이 또 내려 갈 생각에 바쁘게 움직여 산의 연결 고리를 찾지도 또 궁금해 하지도 않았음에 참으로 많이 창피하였다.

그런데,이번에는 우리의 회장님 연설이 또 가슴을 헤집어 놓는 것이 아닌가. 그전에도 그토록 열심히 말씀하셨던, "산을 그냥 오르지 말고 자연과 하나되어 호흡하라"던 그 말씀을 이제야 알 것 같으니...
만유의 인력보다 더 강한 사랑의 인력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느끼면 자연이 아니 산이 우리에게 주는 그 지혜를 우리는 얻을 수 있으리라고.

내려오는 길에는 그동안 미쳐 아는 척도 못 했던 나무와 이름을 알 수도 없는 들 풀과,들 꽃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였다.
"미안해! 그래도 너희는 만유의 인력보다 더 강한 사랑의 인력으로 끊임없이 내 곁에 있어 줄 거지? 다음 부터는 여유를 가지고 너희들을 사랑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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