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활동

*페루안데스 삐스꼬 원정등반 보고

이만호
2005.07.27 07:13 6,8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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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시: 2005년 6월 30일- 7월 11일
대상산: 페루 꼬르디에라 블랑카(Cordillera Blanca) 삐스꼬 서봉(Pisco Oeste 5752m)
목적: 재미산악인 합동 안데스 산맥 2차년도 탐사
참가대원: LA/차경석(북미주산악회), 시카고/이성규(시카고산악회)
앨러바마/최영준(조지아산악회), 조지아/이만호(조지아산악회)

운행일정표:
제1일(6월30일, 목요일): 집결-리마(Lima) Peru수도.
제2일(7월1일, 금요일): 버스예약의 차질로 리마에 체재하며 관광.
제3일(7월2일, 토요일): 와라스(Huaraz-3200m.)로 이동(버스 8시간소요)
제4일(7월3일, 일요일): 등반준비(물품구입, 차량수배, 포터/가이드고용)
제5일(7월4일, 월요일): 고소순응훈련으로 Churup산 트랙킹
제6일(7월5일, 화요일): Meadow Camp(4650m.)에 베이스 구축.
제7일(7월6일, 수요일): Moraine Camp(4900m)에 전진캠프 구축
제8일(7월7일, 목요일): Southwest 루트로 삐스꼬 봉 등정성공.
제9일(7월8일, 금요일): 캠프철수하여 와라스로 귀환
제10일(7월9일, 토요일): 리마로 이동
제11일(7월10일, 일요일): 귀가

항목별 보고

*페루란 나라: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아마존 유역을 포함한 페루의 땅은 한국의 13배(한반도의 5.8배)로 남미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이며 인구는 2천2백만명이고 수도 리마에 8백만명이 산다. 인구구성비 45%인 1천 50만명의 원주민은 고산지대에 살며 독특한 안데스문화를 계승하지만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먼지 나는 신작로 옆에 개, 돼지, 닭과 어울려 앉아있는 누더기 원주민들, 45도 산비탈 자갈밭과 흙담 위에 걸쳐놓은 갈대지붕,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에 날아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망각의 세월에 대한 대자뷰(dejavu) 효과를 불러 오는 처연함과 함께 낯 익은 친근감마저 들었다. 시골 도시에선 삼륜차가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한국산 티코가 물방개처럼 거리를 휘 집고 다닌다. 페루는 세계적인 문명 유적지의 보고이자 빼어난 자연경관은 관광자원으로 메리트가 충분하나 도가 넘친 공해와 빈부격차, 치안부재 등이 관광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함에도 페루는 해안의 사막지대와 만년설의 고산지대,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어울려 있는 매혹적인 나라이다. 거기에 선사시대부터 불가사의한 인류문명 유적이야말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잘 알려진 잉카문명은 숱하게 명멸했던 문명들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공용어는 스페인어, 화폐 단위는 솔(Sol)이고 1달러는 3.23솔이다.

*대상산: 남미의 척추인 안데스산맥은 베네주엘라에서 칠레 까지 7개국을 관통한다. 페루 안데스는 사막성 기후와 지형으로 꼬르디뭉?네그로(Cordillera Negro-검은산맥) 위에 만년설의 꼬르디예라 불랑카(Cordillera Blanca-하얀산맥)가 흑백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솟아 있다. 애당초 완도이 서봉이 제 1차 목표였으나 잦은 눈사태와 포터들이 수송을 거부하는 5600미터에 캠프를 하나 더 구축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제 2의 목표인
삐스코 서봉(Pisco Oeste) 하나만 하기로 하였다. 삐스꼬봉(5752m)은 와스카란(Huascaran)국립공원 양가누꼬계곡(Llanganuco)에 위치한 완도이산군의 자매 봉이다. 정상에서 10여개의 6천 미터급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다. 오르는 도중에도 만년설 거봉들이 하늘을 서로 차지하려는 듯 도열하여 솟아 있는 모습들이 장엄하다. 삐스꼬가 주위 산보다 비교적 쉽다 하여 대상산으로 선정하였는데 중간에 생성된 60미터 아이스 월과 정상능선의 스노우직벽에 대한 과장 정보로 꽤나 긴장하였으나 빙설상태가 양호하여 큰 난관은 없었던 편이었다. 5월부터 9월까지가 건기(Dry Season)이자 겨울이다.

*대원구성과 팀웍: 네 명의 대원 중 3명이 60대, 나머지 한명은 50대다. 그 한명도 말이 좋아 50대지 턱까지 찬 59살이었다. 고혈압, 천식, 콜레스트롤, 위장장애 등 휴대하는 개인상비약만도 만만치 않은 경노 팀으로 구성되었으니 당연히 등정성공을 위하여 등반욕구를 하향조정 하여야 했다. 등정에 목숨 걸 군번은 아니라며 느긋하게 시작하였지만 막상 닥치니 체력과 정신의 한계체험에 대한 오기가 발동 하였다. 목표가 있는 인생은 아름답다고 하였는데 그 목표를 향하여 이토록 치열하게 노력을 경주하는 산꾼 인생이야말로 숭고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참 고생 많았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다시 오지도 회상조차 말자는 농담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고통스런 등반이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팀웍과 조망의 경치때문에 며칠을 가지 못했다. 나이와 경륜에 걸맞게 팀웍 조성엔 상당한 희생과 배려를 할 줄 아는 하모니의 고수들이라 삐스꼬라는 악보를 무난하게 소화시킨 4중주 합주공연을 마친 것 같아 뿌듯했다. 나이 어린(?) 대장 도와 주느라 형님들 신경 많이 쓰셨습니다.
미국인으론 유일하게 8천 미터 14좌를 완등하고 에베레스트만 6번을 오른 산꾼의 말처럼 등산인은 내려올 때를 알아야 한다며 고산등반대신 개울가에서 아들과 가재 잡는 산행을 하겠다는 씨애틀친구의 말이 가슴에 울림으로 닿을 정도로 갈등을 느낀 산행이었지만, 한 산에 올라 다음 산을 오를 의지가 꺾인 사람은 죽은 인생이라는 나의 신조를 누르지는 못했다. 피를 짜내듯, 들숨 날숨 하나도 허 투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음에도 다음 원정 산에 대한 갈피를 대충 잡아 놓은걸 보니 치유 불능인 말기적 불치병인 것 같다.

*가이드와 포터: 떠나기 전 영어구사능력의 가이드를 찾다가 현지체류 미국인과 연결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터무니없는 금액(가이드당 1일 80불)과 조건(고용 가이드와 포터의 숙식과 장비)을 내세웠다. 그래서 대원들이 헌팅과 쇼핑에 직접 발 품을 팔며 다닌 결과 한 트랙킹회사와 계약을 하였다. 등반 4일 동안 가이드2, 포터2, 당나귀4, 취사와 장비 포함하여 690불에 딜을 마쳤기에 미국인과는 싸움으로 끝냈다. 우리가 계약한 친구들은 싼 금액을 제시하고 손님물건을 도둑질하므로 결국은 더 비싼 대가를 치룰 것이라는 그 미국인 악담이 찜찜하던 차에, 떠나는 날 가이드가 이유없이 교체되고 사장의 말이 자꾸 바뀌는 등 불안하기 짝이 없는 출발이었다. 가이드의 자격유무를 따질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떠난 것도 감지덕지였다. 정말 싼 게 비지떡이었다. 가이드들이 확보는 물론 로프의 매듭조차 잘 하지 못하는 초짜일 뿐더러 삐스꼬 산에 대한 등반경험도 없었다. 자기들도 워낙 자신이 없었던지 C2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정상용 가이드를 하나 더 채용하였다며 소개하였다. 황당했다. 그래서 가이드가 3명이나 되었다. 비록 경험은 미숙하였지만 대원들에 대한 충성은 눈물겹도록 헌신적이었다.

*의사소통: 그들의 선전책자에는 English spoken guide라고 분명히 써있다. 영어구사능력은 사장만이 가능하고 그는 계약만 하고 산에 따라 오지 않았다. 대원들의 스페인어 실력은 몬타냐(산)와 아구아(물)정도이고 그들의 영어실력은 ‘이쓰 오케이’ 와 ‘노 프라블램’ 이 고작이었다. 프라블램과 오케이가 동의어일 정도로 프라블램이 생겨도 이쓰 오케이로 넘어가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손짓몸짓으로 의사전달을 하였으나 한국음식 조리 법은 이해 시키기가 정말 어려웠다. 또 미국인 말처럼 도둑질할지도 모른다는 선입견 때문에 종종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잃거나 도둑맞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정상등정 날(7월 7일): 새벽 2시45분 C2(Moraine Camp/4930m)출발하여 1시간 가량 돌 능선을 오르면 첫 얼음 벽이 나온다. 이곳부터 크램폰을 착용하고 1시간정도 오른 지점(5300m)에서 오른쪽(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삐스꼬 서남능선에 붙게 된다. 다시 1시간정도 오르니 문제의 60미터 빙설 벽이 길을 막았다. 로프처리와 테크니칼 클라이밍 미숙으로 7명이 이 지점을 통과 하는데 2시간이 넘겨 걸렸다. 먼저 선등한 차경석 대원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가이드 한명을 대동하고 먼저 떠났다. 그 가이드가 헤드가이드이긴 하지만 삐스꼬를 올라보지 못한 친구였다. 앞 사람도 안보일 정도로 짙게 낀 안개 때문에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가이드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사진 찍고 되돌아 내려오다 본대를 만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정상상황을 설명하며 더 이상 전진은 헛수고라고 만류하였다. 그래도 그렇지 그냥 내려갈 수는 없다는 산꾼 특유의 고집을 부려 오르다 보니 그곳은 정상이 아니었으며 그 지점부터도 1시간은 더 올라가야 했다. 중간에 15미터의 바투 선 급경사와 정상능선으로 이어지는 5미터 얼음벽도 만만치 않았다. 본대의 가이드도 중간에 두 번이나 내려가자고 종용하여 갈등을 빚었지만 11시경 정상에 오르자 환호하며 끌어 안더니 볼에 키스까지 하였다. 그러더니 나의 우모복을 자기 달라고 잡아당겼다. 이에 이성규대원이 현찰 팁으로 그들의 수고를 보상하였다. 그 사이 짙은 안개까지 잠시 거두어 정상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던 삐스꼬 여신의 미소가 사라지며 동북쪽으로부터 시커먼 구름이 바람처럼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고소적응/증세: 대원구성이 고령자들이라 촬영기구나 사적인 용품을 제외하곤 짐을 일절 지지 않기로 하였다. 3200미터 도시 와라스에서 3일 동안 묵으며 4450미터의 츄럽산으로 트랙킹을 하며 고소순응을 하였다. 고산증을 위하여 복용한 약은 다이목스 150mg이며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코카잎차(마떼꼬까)를 물대신 마셨다. 어느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5천 미터까지는 고산증세를 심하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정상을 하고 내려 온 날부터 모두가 속 쓰린 증세로 식욕을 상실하였고 특히 2대원은 50여 시간동안 고체 음식을 먹지 못하였다. 물 먹고도 곧장 토하였다. 한 대원은 신열 때문에 고생하였고 필자는 급격한 시력저하를 경험하였고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저 지대로 내려와서도 4-5일 동안 무기력증과 속쓰림과 설사 등으로 모든 대원들이 고생하였다. 페루에는 타이내놀등 진통제나 젠택 등 위장약을 구할 수 없으니 비상약을 미리 준비하여 가는 것이 좋다.

*트랙킹/Trail: (7월5일) -9시20분 미니버스로 와라스를 떠나 13:30분 양가누꼬 계곡의 쎄볼라빰바(3900m)라는 트레일 헤드 도착, 당나귀 수배하여 짐 싣는 동안 점심을 마친 대원들 14:00출발하여 17:00에 Meadow Camp(4650m)지 도착 Base Camp구축.
(7월6일) –10:50 B.C.출발하여 11:40 모레인빙하로 내려가는 고갯마루도착, 13:10 깊숙이 패인 모레인 빙하 지나서 첫 산상호수에 도착, 계속 오름 길로 14:00 Moraine Camp(4930m)도착하여 C2구축. (7월7일) –02:45 출발하여 11:00 정상등정 후 16:00 모레인 캠프로 귀환. (7월8일) –06:55 캠프 철수하여 하산 12:00 하산완료. 전세버스로 2시간 걸려 와라스로 귀환.

*장비에 관한 사항: 워킹용 아이스액스와 등하강기는 개인장비로 필수이지만 선등자용 빙설장비도 2 Set정도는 준비했어야 했다. 가이드들 휴대장비(특히 테크니칼 장비)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장비와 식량의 수송은 당나귀로 베이스캠프까지 가능하고 그 이후 설선(Snowline)까지는 포터들이 담당한다. 페루는 220볼트 사용지역이라 110볼트 전력사용 Charger기의 카메라나 비데오 기록에 차질이 있었다. 시중에서 구입 가능한 건전지 사용기계이면 좋을 것이다. 현지에서 통화 가능한 휴대전화를 임대하면 통신수단으로 유용할 것 같다.

*식량에 관하여: 이번에도 너무 많이 준비하였다. 다음엔 각 대원들이 입맛 맞는 기호음식을 각자 준비하고 공동취사용으로는 쌀과 압력밥솥만 있으면 될 것 같다. 과일, 채소 등 부식은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산에서는 고용된 포터와 가이드들이 음식을 조리하는데 그들의 닭고기요리와 감자와 과일을 으깨어 만든 샌드위치는 먹을 만 했다. 그러나 산에서는 전 대원이 식욕을 잃어 거의 먹지 못했다. 회사측이 모든 음식을 준비하게 끔 계약할 수도 있다. 그들은 프로판 개스통과 아기 목욕도 시킬만한 크기의 쿡팟도 지고 오른다.

*회계보고: **수입-후원금 $950(재미산악연맹 $500, 시카고산악회 $300, 조지아산악회 $150)
회비 $420x4=$1680 Total $2630

**지출-식량구입 $395.46, 리마 하숙비 $360.00, 가이드/포터 $690.00, 리마-와라스 왕복버스비 $130.00(1인당 편도45솔+정량초과 짐값) 공원입장료 $84.00(1인 21불), Churup호수 트랙킹 $80.00, 하산파티 $120.00, 매식 $257.81, 와라스숙박비(4인4일) $125.37, 현지 장보기 $145.50, 사진값 $30.00 입장료(박물관/동물원 3곳) $45.00, 교통비 $123.00, 기타잡비 $43.86, Total $2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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