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활동

에콰도르 원정등반 소고

이만호
2004.07.18 22:38 6,6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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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직전까지 생각-침보라조 코토팍시, 두 산 모두 6천미터급 산이지만 등행거리가 짧아(1100미터서 1300미터) 코피 날 셈치고 비벼보면 될 줄 알았다. 독기 품은 깡생깡사의 등반의지라도 12시간을 버티기조차 힘든 한계를 느꼈다. 100미터 고도를 높이는데 1시간이나 소요되었다. 높은 산은 그 높이만큼의 어려움이 반드시 있다.

*대상산 상황-지금은 건기라 스노우라인이 5천미터 정도로 올라가 있다.
그 밑은 풀 한포기 없는 용암지대가 노출되어 지구가 아닌 다른 외계 혹성 같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위는 반복적으로 낮에 녹고 밤에 어는 설질로 아름다운 경관을 생성하나, 빙탑이나 스노우브릿지 붕괴등 안전상의 문제로 한낮의 운행을 못한다. 침보라조는 빙설암의 사면을 지그재그 등행이 가능하나 코토팍시는 일직선상의 수직등행이라 똑 같은 부위만 사용하기 때문에 발의 통증이 심했다.

*고소증세-두통, 식욕부진, 호흡곤란, 불면, 메스꺼움, 나른함은 많은 대원들의 공통증세이고 일부대원은 구토, 안면/발이 부어오르는 부증과 부종, 시력기능 저하를 호소했다. 그 외 낮은 기압때문인지 잦은 소변, 줄방귀, 급작스런 변의등도 황당한 증상이었다.

*고소적응-등반전날 4600지점서 워킹훈련 실시, 4800과 5000에서 3일간 취침, 아스피린 혹은 타이레놀 복용, 강제성 수분섭취로 극복하려 하였으나 일부 대원은 돌아올 때까지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 이뇨제인 다이목스 복용은 하지않았으나 휴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대원이 있었다. 현지인의 민간요법인 코카잎 차(마떼꼬까)는 도움이 되지않았다. 다만 약 이름을 알 수 없는 흰색 알약 2정을 복용하여 깨질듯한 두통과 어지러운 증세가 완화됐다는 보고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고도적응법은 인체가 그 높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순화가 최선의 방법이다. 딴 나라 팀들은 오르기 전 산장에서 장기를 두거나 2-3일 빈둥거리며 산장에서 고소순응을 하고 등반하였다. 병행하여 하루 5리터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물고문이다. 나중엔 물 맛도 쓸 정도로 고역이다.

*등반상의 문제- 낮과 밤의 일교차 때문에 등반루트의 변화가 심하여 루트화인딩의 어려움이 많다. 또한 7-8명이 한꺼번에 운행하는 것은 각자의 페이스와 기량문제로 운행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두 번의 가이드리스 등반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3번째 시도 때 가이드를 고용하였다(가이드 1인당 160불-12시간정도의 품삯인지 7시간 정도 등행한 지점<일출시간 6시>에서 은근하게 하산을 종용한다). 가이드들의 구호는 Slow와 Constantly(천천히, 꾸준하게)이며 근육이 아닌 뼈에 하중을 싣는 Rest Step을 숨쉬기 리듬에 맞추도록 가르쳤다. 좋은 훈련이었다.
일설엔 적도부근에 솟은 산의 중력 때문에 북반구보다 몸무게가 10파운드정도 가벼워 히말라야보다 등반이 쉽다고 하였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두 산장의 높이가 알프스의 몽불랑 정상보다 높은데도 고소증세가 그곳보다 덜하다는 체험은 하였다.

*팀웍-50대 연령층으로 이루어진 팀이라 기동성은 떨어졌지만 원숙한 사회경륜으로 자칫 예민하여지기 쉬운 고산성 신경질 증세는 없었다. 지역간에 선의의 경쟁은 있어도 마찰도 없었다. 흩어진 재미 산악인의 인적교류와 산우애를 쌓는 좋은 기회로 활용되었다.

*장비-두 산 모두 유료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침낭외의 막영장비는 필요하지않다. 개인장비와 안자인렌하기 위한 장비정도만 있으면 된다. 개인장비 착용이나 사용법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고 가야 팀 운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로프워크도 마찬가지다. 사족을 달자면 자칫 잊거나 소홀하기 쉬운 오줌통은 필히 지참 바란다. 산장에서도 변소 가기가 여간 귀찮은 것 아니다. 우리는 1갤론 짚락비닐백을 사용하여 품고 잤다.

*식량-고소식량, 입맛 돋굴 기호식량 등을 준비하였으나 대부분 사용하지 못했다. 끼토에선 한국음식을 제공하는 호텔이 있었고(1인 1실 3끼 식사제공 30불), 등반기점인 산장에선 뜨거운 물과 수프를 사 먹을 수 있었다. 수프가 입에 맞지 않으면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물 끓는 비등점이 낮아 울어 날 정도로 풀어지지는 않았지만 젓갈과 함께 신토불이 입맛을 찾는데 일익 하였다. 정상공격 때 사용할 행동/간식은 주머니나 손 쉬운 곳에 휴대하며 먹기 싫더라도 수시로 섭취하여야 에너지 충전이 된다.

*관광-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였지만 온천을 포함한 관광지가 많아 에콰도르 정부의 주 수입원이란다. 샤핑을 할 때는 꼭 종이와 펜을 준비한다. 꽌또 꾸에스따(얼마입니까)로 물어도 그 다음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종이에 숫자를 써서 흥정하여야 한다. 미국 달러를 공식화폐로 쓰며 물가가 올랐다 하나 아직은 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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