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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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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07:19 1,35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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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으면 / 김 명순


마흔 번씩 봄여름 가을 겨울을 보았으면
순환의 섭리를 알아야 한다.
겨울은 끝이 아닌 멈춤의 시간
죽음이 봄으로 가기 전 겨울 숲인 것처럼.
마흔이 넘으면 기쁨과 슬픔을 갈무리해 둘 줄
알아야 하며
그 기쁨과 슬픔에 대해 함부로 말이나 글로
남기지 말아야 한다.
마흔이 넘으면 함부로 남을 가르치려하지 말며
아이에게서도 배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흔이 넘으면 오욕칠정을 견딜 수 있는
강한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
마흔이 넘어 말을 아끼면 비겁하다 하고
남 앞에 나서면 겸손하지 못하다고 한다.
마흔이 넘어 감정을 드러내어
분란의 중심에 선다면 나이 값 못 한다고 한다.
마흔이 넘으면
노인과 아이와 젊은이들을 위해 위기 앞에 서야한다.
마흔이 넘으면 세간을 간소하게 줄이며 살아야 한다.
가을에 나무들이 잎을 정리하는 것처럼
마흔이 넘으면 가을 단풍처럼 불붙는 열정이 다시 오나
곧 사무치는 것들 사이에서 결연히 떨치고 나설 수 있어야한다.
마흔이 넘으면 그 모든 애착의 한없이 짧고 가벼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직 마흔이 오지 않아 위태로운 나는
마흔이 넘으면 내 모든 과오들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두서없이 마흔을 기다린다.
나이는 막무가내로 오지만
뼈아프게 곱씹어야 한다.

2004. 7. 12.
/ 김 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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