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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촐라체 봉 - 그 이후

이만호
2005.04.20 20:15 1,85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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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봉에서 후배 구하고 중상 박정헌씨
등정 기록 필름 한 통 찾으러 다시 히말라야로

여덟 손가락과 두 엄지발가락을 빼앗아간 눈과 얼음뿐인
그 악몽의 산에 그는 꼭 다시 가야만 할까?


“배낭을 두고 왔어요. 시간이 지나면 눈 속 깊이 묻혀 영영 못찾을지 몰라요.
”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 등정에 나섰다가 위험에 처한
후배를 구해주고 부상해 다시는 산을 타지 못하게 된
산악인 박정헌(34)씨.
그가 지난 10일 히말라야로 다시 떠났다. 36장짜리 필름 한 통이 들어 있는
배낭을 찾기 위해서다.


박씨와 후배 최강식(26)씨의 눈물겨운 사투(死鬪)는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촐라체봉 정복 후 하산길에 최씨는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박씨도 크레바스를 향해 끌려가며 경사면에 충돌해 왼쪽 갈비뼈가 부러졌다.
둘의 몸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로프에 삶과 죽음이 매달리는 순간이었다.
로프를 끊으면 박씨는 무사히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버티자
최씨가 크레바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두 사람이 눈보라를 맞으며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손으로 땅을 밀고 엉덩이를 옮기며 조금씩 이동했다.
강추위 속에서 텐트도 없이 하룻밤을 보냈고,
감각도 차츰 둔해졌다.
눈보라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그때 박씨는 ‘살기 위해’ 배낭을 벗어 던진 것이다.


평생 산만 알고 살아온 박씨는 자신의 삶이
촐라체봉 등반 이전과 이후로 나눠졌다고 말했다.


“처음 돌아와서는 다시 산을 찾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제 다시 히말라야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번에 찾으러 가는 필름 속 사진은 ‘산악인 박정헌’을 담은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필름에는 촐라체봉 정상에서 찍은 세 컷의 사진도 들어 있다.
그가 배낭을 찾아 나서는 가장 큰 이유다.


몸을 다친 박씨는 이번엔 헬기를 이용해 배낭이 있는 지점까지 오른다.
이번에는 후배 대신 아내 정정엽(34)씨와 아들 성율(7)이가 함께했다.
산을 수색해 배낭을 회수하는 일은 동료 산악인 유동훈씨와 강연룡씨가 맡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박씨는 사고 당시 자신의 구조를 도왔던 현지 셰르파도 만날 생각이다.
떠나기 전 박씨는 수술을 위해 입원해 있던 후배 최강식씨를 찾았다.
두 산악인은 감각이 무딘 두 손을 조심스레 마주 잡았다.
“꼭 찾아올게.” “형, 재미있게 다녀와.”

아래 사진은 함께 한 두 사람



최영준: ~~~~~~~~~~~~~~~~~~~~~~~~~~~~~~~~~~~~~~~~~ -[12/1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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