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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Camping<스노 캠핑>

김삿갓
2009.03.08 05:55 8,67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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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Camping<스노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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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 들것 같지만 눈쌓인 겨울 숲속은 오히려 안온하다. 눈으로 식탁도 만들고, 벤치도 만들고. 못할 일이 없다. 봄이 저 산자락 아래로 다가왔지만 고산은 아직 한겨울이다.
 
 
 
조금 전 칠라오(Chilao) 캠프장을 지나 온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가 북사면을 달리면서 창밖은 설국 풍경 그대로다. 멀리 팜데일이 한눈에 들어 오지만 한눈 팔 겨를이 없다. 도로 군데 군데 눈이 얼어 붙어 조심스럽다.

어느 순간 길이 넓어지며 왼쪽으로 주차장이 나와서 오른쪽을 올려다 보니 워터맨(Mt. Waterman) 스키장이다. 물이 귀해 인공설을 만들 수 없어서 자연설에 의지하다 보니 개장 시기가 불투명한 것이 최대의 약점. 거기다 광고조차 하지 않으니 자연히 사람이 적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 스키어는 때만 잘 맞추면 '유타(Utah)의 눈' 저리 가라고 할 정도란다. 사람이 적으니 리프트 기다릴 일도 없고 정상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내달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때를 잘 맞춘 스키어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장점이다.

도로에서 불과 5미터를 두고 리프트가 돌아가니 아마도 이 부문에서 북미 최고가 아닐까.

이제부터 잘 살펴야 원하던 캠프 장소를 지나치지 않는다. 벅혼(Buckhorn) 캠프장은 길도 안보이는 눈쌓인 계곡을 한참 내려 가야 되니 곤란하다. 대개 이 일대의 캠프장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폐쇄되지만 들어 가서 캠프를 해도 레인저들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벅혼 캠프장이 들어 앉은 계곡은 쌓인 눈으로 인해 캠프장 입구조차 분간이 안된다. 들어가라고 해도 못갈 지경이다.

지난 주 정찰(?)삼아 캠핑을 다녀갈 때만 해도 정상 언저리에 쌓인 눈이 LA에서도 보였었다. 며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 탓에 시나브로 사라지는 눈 때문에 내심 조바심을 냈는데 이쯤 되니 부질없는 짓이었다. 7000피트에 이르는 고지에다 북사면이다 보니 3월말까지는 계속 눈 볼일이 있겠다.

차를 세울만한 갓길은 어김없이 차들이 붙어있고, 언덕에는 눈썰매를 즐기는 가족들로 분주하다. 오늘 하룻밤을 묵을 목적지는 PCT 주차장을 겸해서 쓰는 피크닉장이다. Pacific Crest Trail은 동부의 애팔래치안 트레일(AT), 중부의 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과 함께 미국의 3대 하이킹 트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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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속에서의 겨울 캠핑은 가족 친밀도를 높이는데 최고다. 휴대폰, 노트북도 없으니 말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에서 출발해 캐나다 국경까지 이르는 이 트레일은 2650마일에 평균 150일이 소요되는 ‘꿈의 트레일’이다. 그 일부 구간이 이곳을 지난다.

한때 암벽 클라이밍으로 유명했다가 그 주위에서 보호종인 ‘노랑발 개구리’가 발견되는 바람에 접근이 금지된 ‘윌리엄슨 록’, 그리고 바로 그 근처 터널 주위는‘빅혼 쉽’서식지다.

지난 주와는 달리 한 가족만 야영을 준비하고 있다. 포모나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과 열심히 눈을 다진다. 울퉁불퉁해진 곳은 눈삽으로 고르고, 텐트를 친다.

바람을 염두에 두고 플라이 가장자리는 눈으로 덮으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아내와 딸이 침낭 정리를 하는 사이 아들은 삽을 들고 열심히 눈을 파고 있다. 식탁과 벤치를 만드는 중이다. 식탁주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앉으니, 어느새 어둠이 사위에 내려 앉는다.

아이들은 눈위에 캠핑을 한다는 사실이 흥분되는 눈치다. 별이 총총한 하늘에는 바람도 없다. 도시의 불빛들이 멀리 보이니, 새삼 포근함이 몰려 온다. 시기가 늦어 설동(눈 동굴)을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눈 속 캠핑 준비는…물과 연료 충분히, 방한용품 잘 챙겨야

새하얀 솜이불을 덮고 선 삼나무 숲에서의 하룻밤 캠핑. 생각만 해도 휴식이 따로 없다. 사르륵 사르륵 눈이라도 내리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런 꿈같은 휴식이 거저 얻어질 리 없다. 어느 계절보다 많은 준비를 요한다.

▶가기 전에

-현지의 날씨나 눈 상태 등을 인터넷이나 레인저 스테이션에 미리 확인한다.

-깨끗한 눈이면 재미삼아 녹여 쓸 수도 있지만 시간과 연료 소모가 많으니 충분한 물을 준비한다.

▶장비 준비

-옷은 겹쳐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게 준비한다. 겉옷은 방수재질이 좋다.

-침낭은 추운 겨울밤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10F) 준비하고 3계절용이라면 두 개를 겹쳐서 쓰도록 한다. 매트리스도 필수.

-신발은 가죽 중등산화를 신거나 저렴한 비닐재질의 방한화를 준비한다. 좁은 신발에 굳이 여러 겹의 양말을 껴 신으면 혈액순환이 안돼 오히려 더 춥다.

-텐트는 많은 눈이 오거나 강한 바람이 불지만 않는다면 3계절용으로도 충분하다.

-모자나 장갑은 필수. 보온에는 벙어리 장갑이 더 효과적이다.

-선글래스나 선 블록 로션.

-헤드램프는 새 건전지로 바꾼다.

▶캠프장에서

-도착하는 대로 옷을 껴입는다. 차에서 더웠다고 배낭을 지고 이동하느라 땀이 난다고 방심하면 금방 체온을 빼앗긴다.

-눈 위에 텐트를 칠 땐 스노슈즈나 삽 등으로 밟아 눈을 다진다. 충분히 넓게 다져야 부상을 피할 수 있다.

-가능한한 텐트밖에서 취사를 하고 텐트 안이라면 환기에 주의한다.

-따뜻한 물을 채운 병을 침낭속에 넣고 자면 한결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텐트 주위에 눈을 쌓아 바람을 막는다.

◇TIP

이 산 전체에 배낭을 지고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트레일 캠프를 포함해서 무려 55개의 캠프장이 있는데, 트레일 캠프와 몇 오토캠프장을 제외하고는 겨울기간 대부분 문을 닫는다. 주차된 차에는 5달러짜리 어드벤쳐 패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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